<Hidden Fangs> Doyeon Kim [2026.7.8 – 7.26]

김도연 <Hidden Fangs>

김도연


소통은 개인의 세계를 타인에게 전이하여 존재의 족적을 남기려는 갈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명확함을 요구하는 세상이었다. 정확한 문법과 단어로 설명되어야 하는 언어 체계와 누군가 정의내린 고정관념 앞에서, 소통은 늘 굴절되고 왜곡되었다. 완전한 이해를 꿈꿀수록 마주하는 오역과 실패의 흔적들. 그 속에서 시작된 일기조차 문자로 옮겨지는 순간 자연스레 검열되고 어긋난 것들은 버려졌다. 수신자 없이 발신만 존재하는 일기장은 완벽한 해소의 창구가 되지 못한채 은폐된 장소로 남았고, 그렇게 회화라는 노출의 공간으로 이행되었다. 오역이 난무하고 정답이 없는 척하면서도 분명히 있는 이 세상에서, 무엇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인지 헷갈릴지라도 더 이상 오역을 실패라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 실은 그 실패야말로 진실일지도 모른다.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은폐하고자 하는 욕구와 내뱉고 싶은 욕구 사이의 긴장을 경험한다. 감각된 대상으로부터 그려내는 이미지는 존재를 단 한 줄로 박제하려는 세상에 대한 저항이자, ‘은폐하며 동시에 발설하는’ 긴장과 해방의 장으로 나아가는 시도다. 본래의 의미를 감춘 채 대면할 화면은, 사실 입술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송곳니처럼 예리한 실체를 품고있을 것이다. 설령 그 속을 들춰보았을 때 텅 비어있을지라도 말이다.

우연히 지각된 형상들을 감각, 기억, 여러 관념들과 깁고 해체한다. 기록하듯 붓질하여 기존 맥락을 탈락시키거나 왜곡하며, 완전히 드러내기보다 드러남과 감춰짐의 경계를 기록한다. 그렇게 기원을 알 수 없는 이미지로 발설한다. 

《Hidden Fangs》는 은폐된 일기장이 펼쳐지는 장소이자, 그 안에서 발생하는 왜곡과 오역을 기꺼이 환대하는 공간이다. 의미가 단단하게 굳어지기보다 굴절되는 틈새에서 발생하는 낯선 감각에 집중하며 타자에게 해석의 권한을 넘긴다. 언어유희를 동반한 제목들은 이 수수께끼를 풀 단서로 기능하지만, 이 역시 원초적인 감각에 온전히 닿지 못할 수 있다는 전제 속에 제시한다. 그 원초에 닿을 수도, 미처 읽어내지 못할 수도, 혹은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오역할 수도 있다. 설령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한 채 끈적한 물질감이 주는 시각적 쾌에만 머문다 해도 상관없다. 화면에 노출된 기록들은 그 자체로 이미 자립한다.

내게 회화는 나를 담는 동시에 떠나보내는 소통 매개다. 그래서 이곳은 장례와 위령의 공간에 가깝다. 기록하고 발설하며 떠나보내는 감각들의 집합인 셈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슬픔을 기리는 옷이자 소멸의 의식을 상징하는 ‘삼베’는, 검열당하고 거세되는 감각들과 끝내 은폐되어야 했던 내면의 파편들을 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이는 마주한 죽은 새의 잔상에서 촉발된 감각을 담은 <새-상>으로, 혹은 불가해한 명제를 환상 속 존재에 투사해 잔혹하고도 아름답게 해체해 버린 <인어의 꿈>과 같은 이미지로 발설한다.

정답은 있지만 없고, 타인이 내 의도를 맞춰 주기를 원하면서도 원치 않는다. 모든 오역과 모순이 허용되는 틈과 나와 타자의 상이한 감각, 그 낙차에서 발생하는 미묘하고 음습한 쾌가 나의 동력이다. 지난 기록과 현재의 사유, 그리고 소멸과 기림의 의식이 끈적하게 기워진 공간인 이곳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어긋남은 자유로운 대화의 시작으로 수용될 것이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물들을 마음껏 오역하고 감각하는 해독의 시간을 보내기를 권한다.

김도연

2026.07.08 – 07.26

13:00 – 19:00 (매주 월, 화 휴관)

[email protected]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100 3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