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lective9966 <성✧유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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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ve9966
화려하고 성스러운 건물에서 어떤 궤를 보았다. 황금빛으로 굽이치는 머리칼이 조각된 흉상은 얼굴만 비워진 모양이었다. 머리카락도 이목구비도 없는 유골의 성(性)을 왠지 알 것 같았다. 무로 돌아간 형태와 대조되는 장식만이나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불열하는 믿음을 위해 그의 젖. 머리카락, 손은 증언한다. 죽은 용을 감추기 위해 혹은 더 강조하기 위해 더 반짝인다. 그 성스러운 유물은 오직 부드러워서 더 경직되었다.
전시 제목 <성✧유물✧함>은 이 오래된 반짝임에서 시작한다. 중세의 성유물함은 그 안에 담기던 손톱, 머리카락, 뼈와 같은 기괴하지만 익숙한 유해가 화려한 장식과 함께 절대적 신성함의 매개체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 장식적 외피가 신비로움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성(saint)과 ‘성(性)’은 다른 한자를 쓰지만 한국어에서는 같은 소리로 발음된다. 이와 같은 우연한 동음 속에서, 오랫동안 여성성이라 불려온 것이 실은 성유물함처럼 정성껏 치장되고, 잠긴 채 보존되어온 하나의 관념이었음을 짐작한다. 여성의 몸과 감정 또한 오래도록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정제되고 진열되어 있던게 아닌지, Collective 9966의 첫 번째 말하기에서 1996년생 세 명의 작가는 질문한다.
<성✧유물✧함>에서 세 작가는 대상을 재인식하고 각각 새롭게 해석한 동시대의 성(性)유물함을 통해 여성 신체의 기억, 그 안에 남아 있는 전통적 여성성, 그리고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역설적인 역동감을 보여준다. 이 전시에서 유물은 죽어 멈춘 것이 아니라, 여전히 무언가를 증언하려는 듯 미세하게 움직이는 사물들이다. 간직하고 싶은 것과 이제는 놓아버리고 싶은 것. ‘함’은 이미 완결된 사울이 아니라 한 상자 안에서 여러 의미가 부딪히는 자리가 된다.
세 사람은 조각조각 모인 케케묵은 것들을 그냥 담아두기보다, 각자 언어유희, 재해석, 혹은 말 꼬투리 잡기 같은 가벼운 움직임으로 거대한 프레임의 의미 자체를 전복하고 비튼다. 다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다 담기지 않은 것들을 위해서 뒤틀린 와 틀 그리고 장은 결국 하나의 함 안에 함께 놓인다. 성유물은 결국 몸 자체가 아닌 몸의 일부다. 무엇이 신성한 것인지는 결국 무엇을 오래 보존하기로 했는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김혜리, 이혜원, 진해인
2026.07.31 – 08.16
13:00 – 19:00 (매주 월, 화 휴관)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100 3F














